미국 시장?
미국에선 나올 수 없는
사운드로 공략하라
“어제 처음으로 인간답게 잠을 잔 것 같아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뮤직 페스티벌의 총괄 디렉터 제임스 마이너(James Minor)의 얼굴에 희미한 다크서클이 서려 있다. 매년 3월 SXSW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대만 타이난까지, 타이난에서 서울까지, 빡빡한 아시아권 출장 일정을 감당해내며 몸은 힘들지만, 표정은 담담하다. 팬데믹 전의 세계, 2019년 이후로 한국 방문은 처음이란다. 제임스는 2012년부터 SXSW 무대를 통해 한국 아티스트를 미국 시장에 소개해 왔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아우르며 한국 아티스트의 변화와 한국 음악 시장의 변화를 꾸준히 목격해 왔고, 비 영미권을 포함한 전 세계 공연 음악 산업의 흐름과 동향을 가장 가깝게 목격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제임스. 그와 국내외 라이브 음악 산업의 흐름과 동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노브레인부터 CIFIKA까지, 10년이 넘도록 다양한 한국 음악에 대해 호기심을 유지하는 모습, 팬데믹의 아픔을 겪고도 낙관주의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Interview · Editㅣ강혜련, Photography | 신윤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제임스 마이너
NEXT
PRE
글, 인터뷰: 강혜련
외신기자 & 다큐 감독. 롤링스톤, NPR,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매체에 한국 음악, 페미니즘,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기고한다. 현재 <Cosmic Sea>라는 한국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장편 다큐를 기획 중이다.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SXSW 뮤직 페스티벌의 부대표(Vice President) 제임스 마이너입니다. 음악 축제의 모든 측면을 감독하는 역할이죠. 어렸을 때 음악가로 활동했는데, 성공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밴드, 뮤지션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투어 예약, 일정 조율 등의 기본적인 밴드 관리 방법을 터득한 거죠. 2011년부터 SXSW에서 음악 프로그래머로 시작했고, 훗날 책임자 위치까지 올라갔어요. ‘디렉터’ ‘제너럴 매니저’ ‘VP’ 등 이름은 달라지지만 비슷한 역할을 맡은 셈이죠. 저희 팀은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공연을 희망하는 아티스트들의 공개 신청을 매년 8,000개 정도 받습니다. 그중 1,500팀이 초대됩니다.
— 한국 음악 시장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제임스: 한국은 제가 관여한 최초의 미국 외 지역이었습니다 (2012~2014년경). 그 당시 정말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펑크, 록 밴드의 뮤지션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노브레인, 크라잉넛, 이런 분들 말이죠. 그러다 뮤콘을 통해 케이팝을 접하게 되었어요. 당시 영어하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면 상황 파악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재밌었죠. 스스로 파악해야 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의사소통이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한국 지인들에게서 한국인들의 관점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데, 동시에 제가 뭘 알고 싶어 하는지 알고서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죠.
— 지금은 해외 관계자들을 향한 브랜딩 언어가 더 명확해져서일 수도 있겠네요.
제임스: 네, 아주 좋은 포인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케이팝을 소개할 때 기준점은 항상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이죠.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밴드고, 그 이상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해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한국 음악 산업 내부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진 것 같아요. 과거엔 주류 아티스트들도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회의를 보였거든요. ‘중국과 같이 수익과 성공이 보장된 지역에 집중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미국으로?’ 라든가요. 하지만 지금은 미국 음악 산업의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 한국 이외에도 여러 비서구권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임스: 아시아에서의 첫 경험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Music Matters라는 음악 컨퍼런스였어요. 하지만 그건 단발적 경험이었고. 한국을 배정받고 나서야 정말 다른 문화권에 대해 주의 깊게 배우고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태국, 중국 등의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었어요. 음악 산업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비서구권 아티스트들이 서양 음악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목격하는 것은 항상 흥미로운 일입니다.
— 이건 매우 포괄적인 질문인데요, 지난 10년간 글로벌 라이브 음악 시장에서 어떤 흐름과 트렌드를 관찰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제임스: 갈수록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힘들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스트리밍은 좋은 수입원이 아닙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투어에 의존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이 주요 수입원이 거의 없어졌죠. 지금은 모두가 따라잡으려고 하는 시기 같아요. 모두가 동시에 투어하려고 해서 더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죠.
—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흐름인가요?
제임스: 그런 것 같아요. 유럽을 방문했는데, 요즘 공연 프로덕션 전문가를 찾는 게 힘들어졌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커리어를 전환한 분들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저절로 고쳐지지 않을까요. 과거엔 미국 내 티켓팅 업체들이 티켓 가격의 20~30% 정도를 가져갔다면, 요즘은 30~40%로 올라갔어요. 유럽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이 여전히 공연 티켓 선구매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취소될 경우 환급받는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있겠고, 공연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서 선택권이 너무 많아진 것도 원인이 될 것 같아요.
단순한 복사본처럼 들리지 않을 때
혹은 미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운드일 때
흥미를 가지게 된다
— 갈수록 많은 비서구권 아티스트들이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어떤 트렌드를 흥미롭게 보고 계시나요?
제임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같은 팀을 들 수 있겠는데요. 단순한 복사본처럼 들리지 않을 때가 재밌어요. 미국에서 나올 수 없는 사운드일 때도요. 반면 어떤 사운드는 뭘 시도하는지 파악은 되는데 뭔가 안 맞는 팀들도 있죠.
2022년 SXSW 바밍타이거의 무대. 현장에는 바밍타이거 외 황소윤, 릴체리&골드부다, Y2K92 등이 라인업으로 등장하는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미지 출처 @ALPS
— SXSW 음악 디렉터로서 8,000개 정도의 신청서를 검토할 때 각 권역별 분배도 고려하나요?
제임스: 항상 부분적으로는 검토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초대하는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입니다. 동시에 그들이 우리 행사에 참석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왜냐면 SXSW는 음악 산업 행사이기 때문이죠. 음악 산업을 위해 존재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음악 산업 전문가들에게 소개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그들이 성공하면 우리도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 SXSW 내부에서 초대 뮤지션을 지역적으로 다양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나요?
제임스: 우리가 초대하는 뮤지션 중 매년 4분의 1 정도가 해외 아티스트인데요. 공식적 할당량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 한 번도 ‘이 정도의 여성 수, 특정 지역에서 이 정도의 수’ 등등의 할당량을 배정한 적이 없어요. 물론 권역별 비율에 대해 주시하긴 하는데, 자연스럽게 밸런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요. 신청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운 좋게 맞춰지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의 록밴드 등
케이팝과는 다른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어떻게 활약할지 지켜보고 있다
— 한국 시장을 관찰하기 시작한 지 10년가량이 되었는데, 어떤 변화를 보셨나요?
제임스: 이제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투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든 미국인 아티스트든, 미국 시장의 이런 특징이 변할 것 같지 않아요. 이런 점을 한국 퍼포머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지도 더 많이 보이고요. 물론 한국 뮤지션들을 일반화하기 힘들지만요. 케이팝이 하는 방식과 다른 장르의 한국 뮤지션이 취하는 방식은 다르니까요. 카테고리가 다르긴 하지만, 둘 다 갈수록 미국 시장에 대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 한국 인디 뮤지션과 케이팝을 의식적으로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네요. 왜 이렇게 구분하시는 건가요?
제임스: 전자를 상대할 때 뮤지션들을 직접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케이팝 그룹은 매니지먼트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아티스트보다 회사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죠. 물론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갈수록 음악에 개입하는 정도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더 많은 회사가 아티스트에게 오너십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곡을 그냥 만들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요.
— 케이팝과 비케이팝을 아울러 요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 음악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임스: 미국 시장은 싸이 노래나 마카레나와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곤 영어가 아닌 모든 것에 반감(resistant)을 보여왔습니다. 싸이는 뮤직 비디오 때문에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하지만 BTS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 대중들이 더 수용적인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선 유럽이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이게 케이팝을 넘어 다른 한국 음악에도 영향을 미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록 밴드나 보편적인 팝 스타일 등 다른 사운드를 가진 뮤지션들이 어떻게 활약할지, 혹은 그들도 ‘케이팝’이라는 양동이 안에서 일반화될지 지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씨피카(CIFIKA)를 좋아해요. 굉장히 재능이 많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적재적소의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하와 같은 실험적이고 전통적인 시도도 좋아합니다. 해파리도 멋지고요. 저는 새로운 사운드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한국이 미국과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겪은 지금, 그 서구 음악 시장의 관계자들도 새로운 걸 찾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를 찾고 있는 거죠. 그게 누가 될지 참 기대됩니다.
2023년 SXSW는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미국 시장?
미국에선 나올 수 없는 사운드로 공략하라
“어제 처음으로 인간답게 잠을 잔 것 같아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뮤직 페스티벌의
총괄 디렉터 제임스 마이너(James Minor)의 얼굴에 희미한 다크서클이 서려 있다.
매년 3월 SXSW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대만 타이난까지,
타이난에서 서울까지, 빡빡한 아시아권 출장 일정을 감당해내며 몸은 힘들지만, 표정은 담담하다.
팬데믹 전의 세계, 2019년 이후로 한국 방문은 처음이란다.
제임스는 2012년부터 SXSW 무대를 통해 한국 아티스트를 미국 시장에 소개해 왔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아우르며 한국 아티스트의 변화와 한국 음악 시장의 변화를 꾸준히 목격해 왔고,
비 영미권을 포함한 전 세계 공연 음악 산업의 흐름과 동향을
가장 가깝게 목격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제임스.
그와 국내외 라이브 음악 산업의 흐름과 동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노브레인부터 CIFIKA까지, 10년이 넘도록 다양한 한국 음악에 대해 호기심을 유지하는 모습,
팬데믹의 아픔을 겪고도 낙관주의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Interview · Editㅣ강혜련, Photography | 신윤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제임스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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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터뷰: 강혜련
외신기자 & 다큐 감독. 롤링스톤, NPR,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매체에 한국 음악, 페미니즘,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기고한다. 현재 <Cosmic Sea>라는 한국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장편 다큐를 기획 중이다.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SXSW 뮤직 페스티벌의 부대표(Vice President) 제임스 마이너입니다. 음악 축제의 모든 측면을 감독하는 역할이죠. 어렸을 때 음악가로 활동했는데, 성공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밴드, 뮤지션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투어 예약, 일정 조율 등의 기본적인 밴드 관리 방법을 터득한 거죠. 2011년부터 SXSW에서 음악 프로그래머로 시작했고, 훗날 책임자 위치까지 올라갔어요. ‘디렉터’ ‘제너럴 매니저’ ‘VP’ 등 이름은 달라지지만 비슷한 역할을 맡은 셈이죠. 저희 팀은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공연을 희망하는 아티스트들의 공개 신청을 매년 8,000개 정도 받습니다. 그중 1,500팀이 초대됩니다.
— 한국 음악 시장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제임스: 한국은 제가 관여한 최초의 미국 외 지역이었습니다 (2012~2014년경). 그 당시 정말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펑크, 록 밴드의 뮤지션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노브레인, 크라잉넛, 이런 분들 말이죠. 그러다 뮤콘을 통해 케이팝을 접하게 되었어요. 당시 영어하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면 상황 파악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재밌었죠. 스스로 파악해야 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의사소통이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한국 지인들에게서 한국인들의 관점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데, 동시에 제가 뭘 알고 싶어 하는지 알고서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죠.
— 지금은 해외 관계자들을 향한 브랜딩 언어가 더 명확해져서일 수도 있겠네요.
제임스: 네, 아주 좋은 포인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케이팝을 소개할 때 기준점은 항상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이죠.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밴드고, 그 이상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해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한국 음악 산업 내부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진 것 같아요. 과거엔 주류 아티스트들도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회의를 보였거든요. ‘중국과 같이 수익과 성공이 보장된 지역에 집중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미국으로?’ 라든가요. 하지만 지금은 미국 음악 산업의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 한국 이외에도 여러 비서구권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임스: 아시아에서의 첫 경험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Music Matters라는 음악 컨퍼런스였어요. 하지만 그건 단발적 경험이었고. 한국을 배정받고 나서야 정말 다른 문화권에 대해 주의 깊게 배우고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태국, 중국 등의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었어요. 음악 산업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비서구권 아티스트들이 서양 음악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목격하는 것은 항상 흥미로운 일입니다.
— 이건 매우 포괄적인 질문인데요, 지난 10년간 글로벌 라이브 음악 시장에서 어떤 흐름과 트렌드를 관찰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제임스: 갈수록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힘들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스트리밍은 좋은 수입원이 아닙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투어에 의존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이 주요 수입원이 거의 없어졌죠. 지금은 모두가 따라잡으려고 하는 시기 같아요. 모두가 동시에 투어하려고 해서 더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죠.
—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흐름인가요?
제임스: 그런 것 같아요. 유럽을 방문했는데, 요즘 공연 프로덕션 전문가를 찾는 게 힘들어졌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커리어를 전환한 분들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저절로 고쳐지지 않을까요. 과거엔 미국 내 티켓팅 업체들이 티켓 가격의 20~30% 정도를 가져갔다면, 요즘은 30~40%로 올라갔어요. 유럽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이 여전히 공연 티켓 선구매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취소될 경우 환급받는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있겠고, 공연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서 선택권이 너무 많아진 것도 원인이 될 것 같아요.
단순한 복사본처럼 들리지 않을 때
혹은 미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운드일 때
흥미를 가지게 된다
— 갈수록 많은 비서구권 아티스트들이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어떤 트렌드를 흥미롭게 보고 계시나요?
제임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같은 팀을 들 수 있겠는데요. 단순한 복사본처럼 들리지 않을 때가 재밌어요. 미국에서 나올 수 없는 사운드일 때도요. 반면 어떤 사운드는 뭘 시도하는지 파악은 되는데 뭔가 안 맞는 팀들도 있죠.
2022년 SXSW 바밍타이거의 무대. 현장에는 바밍타이거 외 황소윤, 릴체리&골드부다, Y2K92 등이 라인업으로 등장하는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미지 출처 @ALPS
— SXSW 음악 디렉터로서 8,000개 정도의 신청서를 검토할 때 각 권역별 분배도 고려하나요?
제임스: 항상 부분적으로는 검토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초대하는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입니다. 동시에 그들이 우리 행사에 참석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왜냐면 SXSW는 음악 산업 행사이기 때문이죠. 음악 산업을 위해 존재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음악 산업 전문가들에게 소개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그들이 성공하면 우리도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 SXSW 내부에서 초대 뮤지션을 지역적으로 다양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나요?
제임스: 우리가 초대하는 뮤지션 중 매년 4분의 1 정도가 해외 아티스트인데요. 공식적 할당량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 한 번도 ‘이 정도의 여성 수, 특정 지역에서 이 정도의 수’ 등등의 할당량을 배정한 적이 없어요. 물론 권역별 비율에 대해 주시하긴 하는데, 자연스럽게 밸런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요. 신청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운 좋게 맞춰지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의 록밴드 등
케이팝과는 다른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어떻게 활약할지 지켜보고 있다
— 한국 시장을 관찰하기 시작한 지 10년가량이 되었는데, 어떤 변화를 보셨나요?
제임스: 이제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투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든 미국인 아티스트든, 미국 시장의 이런 특징이 변할 것 같지 않아요. 이런 점을 한국 퍼포머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지도 더 많이 보이고요. 물론 한국 뮤지션들을 일반화하기 힘들지만요. 케이팝이 하는 방식과 다른 장르의 한국 뮤지션이 취하는 방식은 다르니까요. 카테고리가 다르긴 하지만, 둘 다 갈수록 미국 시장에 대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 한국 인디 뮤지션과 케이팝을 의식적으로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네요. 왜 이렇게 구분하시는 건가요?
제임스: 전자를 상대할 때 뮤지션들을 직접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케이팝 그룹은 매니지먼트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아티스트보다 회사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죠. 물론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갈수록 음악에 개입하는 정도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더 많은 회사가 아티스트에게 오너십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곡을 그냥 만들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요.
— 케이팝과 비케이팝을 아울러 요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국 음악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임스: 미국 시장은 싸이 노래나 마카레나와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곤 영어가 아닌 모든 것에 반감(resistant)을 보여왔습니다. 싸이는 뮤직 비디오 때문에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 거예요. 하지만 BTS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 대중들이 더 수용적인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선 유럽이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이게 케이팝을 넘어 다른 한국 음악에도 영향을 미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록 밴드나 보편적인 팝 스타일 등 다른 사운드를 가진 뮤지션들이 어떻게 활약할지, 혹은 그들도 ‘케이팝’이라는 양동이 안에서 일반화될지 지켜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씨피카(CIFIKA)를 좋아해요. 굉장히 재능이 많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적재적소의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하와 같은 실험적이고 전통적인 시도도 좋아합니다. 해파리도 멋지고요. 저는 새로운 사운드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한국이 미국과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겪은 지금, 그 서구 음악 시장의 관계자들도 새로운 걸 찾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를 찾고 있는 거죠. 그게 누가 될지 참 기대됩니다.
2023년 SXSW는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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